서명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저자 : 짐 콜린스 / 제리 포라르
역자 : 이무열 / 워튼 포럼
출판사 : 김영사
장르 : 경영
내가 두 권의 책을 접한 것은 2000년으로 기억한다. “~하는 X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이 붙은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특히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을 때 성공비결을 한 가지쯤 슬쩍 덧붙인 것 같은 “~8가지” 습관은 처음에는 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짐 콜린스는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하였다. 첫번째는 그의 학문적 가정을 현실적으로 입증하는 데 있어 사용한 데이터의 방대함이다. 수십~백여 년간의 기업 데이터를 모아서 그 중 비전기업과 비교기업을 선정한 검증방식은 단편적인 주장만을 내세우는 다른 서적들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번째는 그가 이렇듯 방대한 데이터, 특히나 계량적 데이터를 가져다가 분석을 한 결과가 매우 정성적(定性的)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성공의 법칙을 찾아내는 데 있어 정량적인 비법이 제공될리는 만무하다. (성공의 비결이 비용을 매년 10% 감축한다는 식의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짐 콜린스가 사용한 기업의 정량적 자료는 그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세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한 정성적인 성공비결은 대단히 평범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서양인 학자가 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업 내부의 문화 및 핵심이념 등을 성공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가 책을 집필한 순서로는 “8가지 습관” 다음이 “위대한 기업”이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기업”의 서문에서 “위대한 기업”은 “8가지 습관”의 전편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을 하고, 그 다음에 위대한 기업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비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살펴보자.
1.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좋은 기업은 충분한 이익을 내면서 적당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중산층 이다. 우리가 자기계발서나 성공한 기업인의 평전에서 본 성공비결의 상당부분은 극도의 결핍이 초과이윤을 창출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위대한 기업의 반대말은 나쁜 기업이나 형편없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란다. 먹고 살만 하면 아무도 현실을 박차고 나가려 하지 않는가 보다.
2.
그리고는 단계 5의 리더십을 말한다. 그는 기업을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는 중요한 사고의 근거를 드러내고 있다. 리더의 자질을 5단계로 나누어 최고 단계인 5단계의 리더십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단계 5의 경영자 :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역설적으로 융합하여 지속적인 큰 성과를 일구어낸다.
3.
사람 먼저, 다음에 할 일.
사람에 대한 충분한 규정 이후에 그는 비로소 “일”에 대해 언급한다. 그렇지만 일 역시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고슴도치 컨셉’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하는 데 매우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A. 고슴도치는 복잡한 세계를,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안내하는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 또는 개념으로 단순화한다.
B. 고슴도치는 세상이 제아무리 복잡하건 관계없이, 모든 과제와 딜레마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고습도치 컨셉으로 축소시킨다.
C. 고슴도치 컨셉은 다음 세 개의 원이 겹치는 부분에서 나온 단순 명쾌한 개념이다.
i.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ii. 당신의 경제엔진을 움직이는 것.
iii.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진 일
“세계 최고, 경제엔진, 열정”, 이 부분에서 나는 매우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이 책은 기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기업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기업 문화 및 핵심역량을 강조한 책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기발견을 위해 아주 잘 쓰여진 책이라 말하고 싶다.
4. 기업의 탄생
짐 콜린스는 사람에 대해 충분히 언급한 후 비로소 기업을 말한다. 그것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말이다. 집필 순서가 “8가지 습관” 다음이 “위대한 기업으로”임을 감안한다면 기업에 대한 연구의 종착역이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성공요인을 찾으려 시작한 연구가 결국에는 기업의 성공요인이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8가지 습관’에서 기업이 먼저이고 제품(기술)은 나중이라고 말한다.(p.46) 그만큼 이 책은 기업,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 특히 그 사람들이 가진 생각(신념)에 집중한다. 그 공통된 성공법칙은 도덕적인 용어로 설명한다. ‘핵심이념’, ‘믿음’, ‘사람이 중심’ 등이다. 이는 매우 인문학적인 결론이다.
반면, 독자들이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경쟁전략, 생산성, 마케팅, 재무분석’ 등의 경영학적인 단어들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렇게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전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의 주가를 분석하긴 했지만, 그러한 기술적인 분석은 책의 전체를 관류하는 핵심사고 –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 – 를 돋보이게 하는 기본 전제에 그치고 만다.
그렇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거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은 재능(어느 분야든)을 가진, 즉, 내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를 움직이게 하려면 높은 급여가 아니라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가야 한다. 이 두 가지, 동기부여 및 방향성을 충족하는 요인은 바로 “목적(핵심이념)”이다. 핵심이념은 핵심가치 + 목적이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나는 로보트태권V의 우세승을 주장한다.
두 로보트는 국산과 일제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태권V는 조종사의 동작대로 움직이는 반면, 마징가는 레버조종으로 움직인다. 비행선을 이용해 조종사가 로보트의 두뇌 부분에 타는 것은 두 로봇이 동일하다. 그러나 마징가의 조종사는 비행선에 탄 상태에서 마징가를 조종하지만 철이(태권V조종사)는 비행선에서 내린 후 별도의 동작장치에 몸을 묶는다.
양자의 차이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마징가의 동작방식은 조종사가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레버를 움직이는 동작)하는 2단계 방식이다. 그러나 태권V는 조종사의 동작 그 자체를 인식함으로써 실시간 반응 체계를 갖고 있다.
기업이 요즘처럼 환경변화가 빠른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마징가 같은 반응양식이 아니라 태권V같은 반응양식이 필요하다. ‘준비-땅’(변화 후 반응)의 2호 간의 반응체계가 아니라 ‘땅’(변화가 생기자마자 반응)의 실시간 반응체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잘 짜인 매뉴얼에 의한 경영보다는 경영의 각 단위에 위치한 기업 구성원의 마인드에 의한 경영만이 지금의 빠른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기업과 개인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길이다.결국은 이런 도덕 교과서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짐 콜린스가 내세운 두 권의 두툼한 책을 모두 읽고 내릴 수 밖에 없는 결론이 이것이기에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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